여러분은 회사에서 누군가와 갈등 혹은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합니까? 동료와 일정이 겹치거나, 다른 부서와 우선순위가 충돌하면 직접 대화로 풀려고 하나요, 아니면 상사에게 “이 문제 좀 해결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나요? 많은 조직에서 이런 상황이 매일 벌어지는데요, 이렇게 문제를 윗선으로 끌어올리는 행위를 에스컬레이션(escalation)이라고 부릅니다. (처음 들어본 용어인가요?)
문제 해결을 위해 에스컬레이션이 필요할 때가 분명 있지만, 사소한 문제까지 모두 위로 올린다면 조직의 실행속도와 신뢰는 금세 무너집니다. 반대로 중요한 문제를 제때 에스컬레이션하지 않으면 작았던 문제가 엄청난 위기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일 잘하는 직원이 되고 싶다면 “어떤 문제를 에스컬레이션할지 말지를 구분하는 능력”도 갖춰야 합니다.
좋은 에스컬레이션은 문제를 해결할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예컨대 글로벌 IT 기업인 A사에서는 두 부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에서 일정의 우선순위를 놓고 대립했습니다. 팀장 선에서 조율이 안 되자 본부장에게 이 문제가 에스컬레이션이 이뤄졌고, 본부장은 양쪽의 전략 목표를 조율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프로젝트는 안정 궤도에 올라섰죠.
한 제조기업은 해외 공급업체와 단가 협상을 벌이던 중에 난관에 봉착했는데요, 실무진이 아무리 조율해도 가격 조건의 차이를 줄일 수 없자 양쪽의 임원들이 나서서 장기 파트너십 조건과 기술 협력안을 패키지로 교환했습니다. 이 역시 좋은 에스컬레이션입니다.
좋은 에스컬레이션은 숨겨진 문제를 명확히 드러내고, 조직 차원에서 더 큰 관점으로 균형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이끕니다. 이때 상사는 단순한 ‘재판관’이 아니라 갈등의 본질을 파악하고 협력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중재자가 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나쁜 에스컬레이션은 직접 해결이 가능한 문제까지 상사에게 에스컬레이션하는 것입니다. 어떤 금융회사의 A부서는 사소한 일정 조율 문제도 곧바로 팀장에게 보고했습니다. “언제까지 누가 보고서를 내야 합니까?” 같은 단순한 다툼까지 에스컬레이션되자 부서장은 늘 자잘한 문제를 처리하는 데 시간을 뺏길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전략적 의사결정 사안은 늘 후순위가 되었고, 직원들은 “팀장에게 말하면 다 해결된다.”라는 유아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렇듯 나쁜 에스컬레이션은 작은 문제를 크게 과장하고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립니다. 상사가 해야 할 역할은 명확합니다. 직원들에게 “그 문제는 직접 대화로 풀라”고 피드백하고 본인이필요할 때만 개입해야 하죠.
우리는 보통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를 숨기지 말고 드러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상사에게 달려가 일러바치라”는 뜻은 아닙니다. 사소한 갈등까지 모두 에스컬레이션하면 조직은 순식간에 비효율과 불신의 늪에 빠진다는 걸 기억하세요. “어떤 문제를 에스컬레이션할지 말지를 가려내는 능력”, 이것 역시 일 잘하는 직원의 ‘좋은 눈치’라는 것도 명심하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