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짜증을 느끼는 질문 유형이 있는데요, 바로 조금만 찾아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을 묻는다든지, 예전에 이미 여러 번 답해 준 것을 반복해서 묻는 경우입니다. 상대가 나를 마치 본인의 도구나 검색 엔진처럼 취급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질문은 ‘멍청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한탄하듯이 던지는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이것을 다 해야 하나요?”
모든 질문이 다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질문은 새로운 생각을 열고, 협력을 촉진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줍니다. 질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질문하느냐’가 중요합니다. Fast Company에 실린 글에서는 ‘바보 같은 질문조차 똑똑하게 바꾸는 방법’을 제시하는데요, 그 글의 요지인 ‘좋은 질문을 던지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첫째, 타이밍을 고려해 질문해야 합니다. 질문은 너무 이르거나 늦으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회의가 막 시작되자마자 세부 사항을 묻는다면 맥락을 공유조차 하지 않았기에 혼란을 야기하겠죠. 또 회의 말미에 기초적인 것을 질문하면 시간을 잡아먹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질문 자체가 아니라 질문의 타이밍을 기억하세요.
둘째, 자신(me)이 아니라 일(work)과 연결시켜 질문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저는 이해가 안 되는데요?”라고 질문하면 상대는 ‘이 사람은 이해력이 떨어지는 건가? 지금껏 내 설명은 허투루 들었나?’라고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 똑같은 질문이라고 이렇게 바꿔 보세요. “이 부분이 전체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전자는 개인적인 궁금증을 드러내는 데 불과하지만, 후자는 참석자 모두가 프로젝트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기회를 만들죠.
셋째, 질문을 요구하는 질문도 잘 해야 합니다. “의견이나 질문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상대는 ‘뭘 질문해야지? 그냥 끝내지, 무슨 질문이야.’라고 생각하면서 주저할 겁니다. 구체적으로 질문하세요. “혹시 지금껏 이야기한 것 중에 우리가 놓치는 사항은 무엇일까요. 그냥 그걸 것이라고 으레 가정한 게 있나요?”라고 물어야 좋은 대답이 나옵니다.
넷째, 질문의 영향력과 중요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검색으로 해결 가능한 질문이나 이미 답변한 적 있는 질문은 굳이 꺼낼 필요가 없습니다. 업무 이해와 실행 방향에 중요한 사항인지 따진 다음에 질문을 던지세요. 그런 질문이 조직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힘이 됩니다.
AI시대에 우리 ‘인간 노동자’들의 경쟁력은 ‘질문력’에 있습니다.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 받으려면 하루에도 수십번씩 던지는 본인의 질문이 과연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따져 보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