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대다수의 CEO들은 앞서 언급한 기업들처럼 제재를 가하는 조치를 취했을 텐데요, 피알라의 CEO 다카오 아스카(Takao Asuka)는 "흡연자를 감시하거나 제재하지 않겠다. 대신 비흡연자에게 보상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처벌이나 강압이 아닌 인센티브를 통해 직원들의 금연을 장려하고 싶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제도 도입 후 42명의 흡연자 중 4명이 자발적으로 금연에 성공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인 25세 신바바 슌(Shun Shinbaba)은 "이틀에 한 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었고, 추가로 받은 휴가로 테니스를 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더 놀라운 건, 이 제도가 2025년 현재까지 8년째 유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피알라의 공식 채용 사이트에는 여전히 '스모休' 제도가 복지 항목으로 명시되어 있고, 입사 6개월 이상이며 최근 1년간 비흡연자인 직원에게 연 6일의 유급휴가를 제공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렇다면 흡연자들을 제재하는 것 대신, 비흡연자에게 유급휴가로 보상하는 방식이 효과적일까요?
첫째, 처벌은 외적 압박으로 느껴져 반발심을 일으키지만, 보상은 자율적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담배를 끊으면 1주일 넘는 추가 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는 "담배 피우지 마"보다 훨씬 강력한 내적 동기를 만들어냅니다.
둘째, 지속성의 차이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금연 성공 시 일회성 축하금을 주지만, 피알라의 방식은 매년 혜택이 반복됩니다. "올해 6일 받았으니 내년에도 받으려면 계속 금연해야지"라는 장기적 동기가 생기는 거죠.
셋째, 프레이밍의 힘입니다. "흡연자 처벌"이 아니라 "비흡연자 보상"으로 틀을 바꾸면,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회사가 직원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건강한 선택을 존중하는 것처럼 느껴지죠.
이 외에도 혈액검사 같은 감시 없이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한 점, 현금이 아니라 휴가라는 '경험적 보상'을 설계한 점, 비흡연자에게 '사회적 인정'을 제공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피알라의 사례는 긍정적 행동을 장려하려면 부정적 행동을 처벌하기보다 긍정적 행동에 보상하라는 시사점을 줍니다. 이 원칙은 금연 말고도 여러 영역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운동 습관을 장려하고 싶다면 운동하지 않는 사람을 질책하기보다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에게 헬스클럽 비용을 지원하거나 추가 휴가를 주는 겁니다. 자기계발을 독려하고 싶다면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에게 승진 가산점이나 학습 시간을 보장하는 거죠.
또 하나의 시사점은 '보상은 가능하면 '경험'으로 설계하라'는 것입니다. 현금보다는 휴가, 시간, 새로운 기회가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니까요. 피알라의 직원들은 6일의 휴가로 테니스를 치고, 가족과 여행을 가면서 "나는 건강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됐다네요.
어떻습니까? 피알라의 제도를 여러분의 조직에도 적용하고 싶습니까? 컨설턴트의 경험으로 비춰보면, 피알라의 참신한 제도를 "우리도 따라하고 싶다"란 조직보다 "우리 회사에서는 안 돼"라고 고개를 젓는 기업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모럴 헤저드에 빠진다, 유급휴가를 주면 그 비용이 상당하다, 흡연자들의 사기가 떨어진다, 직원들 사이의 반목이 커진다 등 '안 되는 이유'를 곧바로 대면서 말이죠.
맞는 말일지 모르지만, '되는 이유'보다 '안 되는 이유'가 즉각적으로 떠오른다면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렇다면 피알라의 제도를 모방하냐 마냐란 질문은 잠시 제쳐두고 "왜 우리는 구성원들을 신뢰하지 못하는가?"란 질문부터 답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지금 어떤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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