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몬트 대학원의 신경경제학자 폴 J. 잭(Paul J. Zak) 교수는 사람들에게 통계나 사실을 제시할 때보다 이야기를 들려줄 때 뇌에서 옥시토신이 일관되게 분비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옥시토신은 신뢰와 친절함에 반응하여 생성되는 호르몬인데 타인과의 협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행동과학자 글렙 치퍼스키(Gleb Tsipursky)가 말한 '역효과(backfire effect)' 현상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 자존감, 세계관에 반하는 사실을 제시받으면 오히려 자신의 입장을 더 강하게 고수합니다. 만약에 구달이 그에게 위기에 처한 동물들에 관한 팩트를 줄줄이 늘어놓는 식으로 설득하려 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그랬다면, 택시기사의 반감은 더욱 커졌을 겁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옥시토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화자와 청자 사이에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설득하는 과정 중에 '존중과 안전감'을 심어주기에 청자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훨씬 편안하게 받아들이죠. 숫자가 아니라 이야기를 들을 때 뇌의 더 많은 영역이 활성화되기에 청자는 이야기 속 인물에 공감하고 마음의 벽을 낮추게 되는 겁니다.
사소한 규칙을 어기는 직원이 있다고 해보죠. 리더가 이 사람의 행동을 교정하고자 할 때 곧바로 "회사 규정에 따르면..." 혹은 "네가 지난 주에 몇 번이나 지각했는지 알아?"라는 식으로 팩트 폭격을 가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팩트 제시 전에 "왜 그랬나?"라며 규칙을 어긴 이유를 확인하고 나서 제인 구달이 그랬듯이 "작년에 홍길동이란 직원이 이렇게 저렇게 하다가 나중에 이런 저런 일이 벌어졌어...."라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제인 구달이 택시기사에게 보여준 것은 단순한 인내심이 아닙니다. 설득은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임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죠. 가장 강력한 논리는 데이터가 아니라 존중이고, 가장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은 차트가 아니라 이야기입니다.
*참고논문
Zak, P. J. (2014). Why your brain loves good storytelling. Harvard Business Review, 92(10), 4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