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없애기보다 무언가를 더하는 걸까요? 우리에게 어떤 심리적 편향이 작동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 의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논문이 있습니다. 바로 2024년에 Journal of Creative Behavior에 발표된 논문인데요, 연구팀은 몇 번의 실험을 통해 '사람들은 문제 해결 시 빼기보다 더하기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사람들은 덧셈을 단순히 좋은 것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더 기능적이고' '더 안전하다'고 인식한다는 결과도 내놓았죠.
또한, 버지니아 대학교의 레이디 클로츠(Leidy Klotz)가 수행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레고 타워를 안정화하는 과제에서 블록을 제거하는 것보다 추가하는 것을 76.38%나 더 선호했습니다. Nature 저널에 실린 애덤스(Adams) 연구팀의 논문에서도 인지 부하가 높을 때, 즉 바쁘고 복잡한 상황일수록 사람들이 뺄셈보다 덧셈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 뇌는 '덧셈'과 '긍정'을 무의식적으로 연결하도록 학습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거나 많이 하는 행동에 칭찬이라는 보상을 받았으니까요. 반대로 '버리고 줄이는 행동'을 하면 주변인들로부터 포기, 실패, 능력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다 보니 '더하는 것은 좋고, 빼는 것은 나쁘다'라는 공식이 우리의 머리에 탑재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딘가에 문제가 발생하면 무언가를 더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보다 무언가를 뺌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떠올리면 어떨까요? 두 부서 간에 협업이 잘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면 '주간 회의체' 같은 '회의를 위한 회의'를 운영하기보다 두 부서가 아예 협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혹은 최소한의 협업만 요구될 정도로) 업무 프로세스와 R&R을 간소화하는 게 더 나은 해법일 수 있습니다. 아마존이 싱글 쓰레드(single-thread)라는 팀 구조를 운영하듯이 말입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자신이 덧셈 편향이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 자문해 보면 좋을 겁니다. 예를 들어,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려 할 때 여러 옵션 중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이 될 텐데요, 이때 덧셈 편향에 빠지면 '이 옵션도 필요할 것 같고 저 옵션도 있으면 좋을 것 같고' 하다가 어느새 풀옵션에 이르고 맙니다. 아랫급 차종의 풀옵션 트림이면 윗급 차종의 엔트리 혹은 중급 트림 가격과 비슷하기 때문에 윗급 차종에 마음이 흔들리고 말죠. 흔히 '아반떼 사러 갔다가 제네시스 산다'라는 말은 덧셈 편향이 얼마나 일반적인지를 우리에게 일러줍니다.
'아반떼 사러 갔다가 제네시스를 사는'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본인이 사고자 하는 차종의 풀옵션 트림에서 옵션을 하나씩 빼 보세요. 앰비언트 조명이나 풋램프, 전동식 틸트 & 텔레스코픽, 무선충전 기능 같이 '있으면 좋은 옵션'은 빼고 전동 접이식 사이드 미러나 후방 카메라 같이 '없으면 불편한 옵션'만 남기는 방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하면 차량 가격이 점차 내려가기에 윗급을 쳐다보지 않겠죠.
조직 운영이나 개인의 삶에서 더하기보다 빼는 지혜를 발휘해 보세요. 진정한 변화는 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끝)
*참고논문
Adams, G. S., Converse, B. A., Hales, A. H., & Klotz, L. E. (2021). People systematically overlook subtractive changes. Nature, 592(7853), 258-261.
Neroni, M. A., Crilly, N., & Brandimonte, M. A. (2024). Unveiling the associative mechanisms underlying the additive bias: Using an Implicit Association Test to gain insight into people's preference for additive actions. Journal of Creative Behavior, 58(3), 407-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