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창의성이 높은 아이디어일수록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혁신적일수록 실패 시 관리자가 받는 비난은 더 커지고, 성공 시 직원이 받는 찬사는 더 커진다는 것이죠. 결국 혁신적인 아이디어일수록 관리자는 그걸 기각하고 싶다는 욕구에 더 사로잡히고 맙니다.
관리자들은 왜 이런 심리를 보이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누가 성공이나 실패를 만들어낸 당사자인가'를 찾을 때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그럴 겁니다. 아이디어가 실패하면 '넓은 범위'에서 책임자(나쁘게 말하면, 희생양)를 찾으려 합니다. 아이디어를 낸 직원도, 그 아이디어를 승인한 관리자도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거죠.
하지만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기여자를 찾는 범위가 좁아집니다.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행한 직원에게 시선이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아이디어를 승인해 준 관리자는 그저 중간에서 도장만 찍어준 사람으로만 인식됩니다. 그러니까 관리자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제시돼도 그걸 채택하고 승인할 동기가 생겨나지 않겠죠. 실패하면 본인이 독박을 쓰고, 성공하면 직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까요. 관리자들에겐 '아이디어 거부'가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되는 겁니다.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관리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죠.
"혁신을 장려하라"고 외치면서 정작 혁신의 핵심 고리인 중간관리자에게는 '손해가 되는' 문화가 형성되지는 않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그걸 승인한 관리자의 기여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함께 보상하는 제도로 마련돼야 합니다. 알다시피, 게이트 키퍼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으면 그 아이디어는 애초에 빛을 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그걸 만든 사람에게만 상이 주어지고, 실패하면 그걸 밀어준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문화가 여러분의 조직에 존재하지 않는지 살펴보세요. 이런 문화를 없애지 않고서는 "창의와 혁신을 장려하다"는 소리를 백날 외쳐도 아무 소용이 없을 테니까요. (끝)
*참고논문
Johnson, W., & Lucas, B. J. (2025). The idea endorser’s dilemma: How status dynamics disincentivize creative idea endorsement.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90, 104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