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8년간 영국 성인 1,600명을 추적 조사한 이 대규모 종단연구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재정적 기대와 실제 결과를 매년 비교했습니다. 연구 결과, 미래를 과대평가한 낙관주의자들이 현실적 기대를 가진 사람들보다 장기적으로 더 낮은 삶의 만족도를 보였고 심리적 고통도 더 많이 경험했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비관주의자들 역시 현실주의자들보다 행복하지는 못했죠.
그렇다면 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불행한 걸까요? 그것은 낙관주의자들이 '부정확한 기대'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높은 기대감을 갖는 낙관주의자들은 현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엄청난 실망감을 경험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실망감이 축적되어 처음의 긍정적 감정을 압도하는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잘못된 낙관주의가 잘못된 준비로 이어진다는 점이죠. 도슨 교수가 말하듯, 부정확한 믿음에 기반한 계획은 나쁜 의사결정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취직이나 저축 뿐만 아니라 위험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모든 선택이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겠죠.
무조건적인 '긍정 문화'는 조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사실, 성과가 뛰어난 조직들의 공통점은 긍정 문화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낙관주의'를 실천한다는 것입니다. 도전적인 비전을 제시하되, 동시에 잠재적 위험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기 때문에 그들이 성공한 것이지, '잘 될 것이다. 긍정 에너지를 믿자'라고 해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게 아니죠.
개인 입장에서도 긍정 에너지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합니다. 같은 연구진의 도슨 교수가 2023년 발표한 후속 연구는 전체 인구의 약 80%가 비현실적 낙관주의자라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일의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고 나쁜 일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한다는 의미입니다. 여러분도 예외는 아니겠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맹목적 긍정이 아닌 '측정된 현실주의'를 실천해보세요. 희망하는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충분히 고려해 대응책을 미리 만들어 보세요. 제 후배가 그랬듯, 이런 준비를 비관주의라고 손가락질해서는 안 됩니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지혜라고 봐야 합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증거에 기반하여 결정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현실적인가요? (끝)
(덧붙이는 글)
흥미롭게도, 도슨이 내놓은 또 하나의 연구 결과는 인지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현실주의자이고 인지 능력이 낮을수록 과도한 낙관주의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참고논문
de Meza, D., & Dawson, C. (2020). Neither an optimist nor a pessimist be: Mistaken expectations lower well-being.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6(8), 1194-1206.
Dawson, C. (2023). Looking on the (b)right side of life: Cognitive ability and miscalibrated financial expectation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9(2), 294-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