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는 잘 알지만 그 유래는 많은 이들이 잘 알지 못합니다. 이 말은 1970년대 후반 영국 여성 해방 운동에서 처음 등장했는데요, 직장과 가사라는 이중고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성들의 처절한 '투쟁 구호'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기업의 인재 유치 전략으로 포장되면서 여러분이 익히 아는 경영 용어로 정착했습니다.
사실, 워라밸은 1980년대의 유물입니다. 1980년대에는 야근이 있든 없든 퇴근하고 회사 문밖을 나서는 순간, 업무는 물리적으로 차단되었습니다. 그 후에는 온전히 휴식의 시간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메신저 등의 덕인지(아니면 탓인지) 회사에서 했던 일이 침대 머리맡까지 따라옵니다. 게다가 재택근무 방식이 전면 혹은 부분 도입되면서 일과 생활의 분리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균형(Balance)이란 단어는 일과 생활을 50대 50으로 혹은 완벽하게 분리하는 것을 뜻하기에 워라밸이란 말을 강조할수록 '왜 나는 완벽하게 균형을 잡지 못할까'라는 자괴감과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워라밸이 아니라 '일과 삶의 정렬(Work-Life-Alignment)'이란 개념으로 자신의 직업을 바라봐야 합니다. 어떨 때는 업무가 폭풍처럼 몰아칠 때가 있고, 또 어떨 때는 가족과 육아가 우선되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계적으로 일과 생활에 시간을 배분할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우선순위와 지금 나의 에너지를 일치시키는 것'이 필요하죠. 이것이 바로 '정렬'의 의미입니다.
개인이 일과 생활을 정렬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죄책감 없는 몰입'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라면 가족에게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고 일에 100% 몰입해야 하고, 가족을 간병해야 한다면 모든 업무 알림을 끄고 그 시간에는 온전히 간병에 몰입해야 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는 없으니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에 나를 몰입시킨다'라는 마인드로 삶을 대하라는 뜻이죠.
그렇다면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죄책감 없는 몰입을 통해 일과 생활의 정렬을 이룰 수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시간 채우기'나 '자리 지키기'가 아니라 '성과'라는 점을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업무시간에 어떤 활동을 하든 간에 명확한 결과물을 제때 산출하는 직원들을 보상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규율을 강조해야겠죠.
워라밸이란 말은 이제 잊으세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기란 불가능한 시대이니까요. 일과 생활 모두를 잘하려는 것은 욕심이고 죄책감의 근원입니다. 일이든 생활이든 여러분이 설정한 우선순위에 충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잘 사는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