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도입하면 업무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의사결정 속도도 빛의 속도로 빨라질 것이라 믿을 텐데요,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AI 도입이 오히려 조직의 '관료주의'를 부추기고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보고서를 읽을 때 팀리더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구글링을 거듭합니다. 'AI 보안 및 윤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 보고서가 외부 데이터 유출이나 저작권 침해 소지가 없는지 해당 위원회의 확인받아야 하죠. AI를 활용해서 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굉장히 많은 시간을 벌었지만, 이 단계에서 다 까먹고 말죠.
왜 AI 도입이 관료주의를 오히려 강화할까요?
첫째, '콘텐츠의 폭발과 인지적 병목' 때문입니다. AI 덕에 문서를 작성하고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비용과 시간이 '0'에 가깝게 줄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양의 보고서, 제안서, 이메일이 쏟아지죠. 하지만 이를 읽고 판단해야 하는 인간(결재권자)의 인지 능력과 물리적 시간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관리자 본인이 병목의 원인이 되고 말죠.
둘째, '신뢰의 결핍과 검증의 늪'입니다.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 때문에, 관리자들은 텍스트의 표면적인 완성도와 상관없이 모든 문장을 의심해야만 합니다. 직원이 며칠 밤을 새워 직접 쓴 글이라면 작성자를 믿고 넘어갈 부분도, AI가 썼다고 하면 단어 하나하나의 출처를 따져 묻게 됩니다. 글을 쓰는 시간은 혁신적으로 줄었지만, 검증하고 의심하는 시간은 몇 배로 늘어납니다.
셋째, 조직의 '방어적 통제와 규제의 심화'입니다. 기업들은 AI가 가져올 잠재적 리스크(보안 유출, 법적 분쟁, 편향성 등)에 겁을 먹고 전에 없던 새로운 절차와 위원회를 만드는데요, '생성형 AI 산출물 검토 위원회' 심사, 'AI 사용 윤리 준수 서약' 등 겹겹의 결재선이 추가되면서 조직은 더욱 무겁고 관료적으로 변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