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알다시피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했고 한국 국가대표팀이 강호 체코를 2대 1로 꺾고 짜릿한 첫 승리를 거두면서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이라면 지상파 3사 모두가 축구 중계를 하고 있었을 텐데, KBS에서만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막대한 거금을 들여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던 JTBC가 지상파에 중계권을 MBC와 SBS에 재판매하는 데 실패했고, 그 결과 JTBC는 재무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됐죠.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무한한 긍정과 낙관을 강조하는 의사결정자들이 좀 있는데요, 출구 전략이 없는 맹목적인 낙관주의는 팀을 집단 사고(Groupthink)와 확증 편향에 빠뜨려 위기를 감지하는 센서를 마비시킵니다. 진정한 성공은 무지갯빛 미래를 그릴 때가 아니라, 최악의 재앙을 미리 마주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타파하려면 사전 검시(Pre-Mortem)를 해야 합니다. 프리 모템은 시작도 하지 않은 계획이 '완전히 실패한 대재앙(Fiasco)'으로 끝났다고 가정하고, 그 참사의 원인을 역으로 상상하여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만약 실패한다면?"이라는 가정(If) 대신, "완벽하게 망했다"라는 기정사실(Fact)을 던져주면 사람들은 방어기제를 내려놓고 실패의 진짜 이유를 훨씬 더 날카롭게 쏟아내죠.
만약 JTBC 경영진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프리모템 회의를 열어 "우리가 사 온 중계권을 지상파가 아무도 사지 않았다. 왜 망했을까?"라고 선언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지상파는 국민적 관심사 때문에 결국 비싼 값에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맹목적 낙관주의가 드러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지상파들이 담합하여 '공동 협상 보이콧'을 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발견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대형 디지털 플랫폼과 선제적으로 수익화 플랜 B를 구축하거나, 지상파의 카르텔을 각개격파할 파격적인 패키지 협상안을 미리 준비해 두었을 것입니다.
또한, 수백억 원의 예상 수익이 증발하며 찾아올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미리 방어해야겠죠. 텐트폴 드라마 제작 등 타 부문의 대규모 투자를 한시적으로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단기 차입금 확보 등 비상 자금 조달 계획을 선제적으로 가동하여 회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재무 건전성을 사수해야 할 겁니다.
전략의 성공은 희망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예상된 실패를 일부러 드러냄으로써 성공에 한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죠. 완벽해 보이는 결정일수록 그 결정을 가혹하게 뜯어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