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좋은 쪽으로 추측하면) 스타벅스의 기획팀과 결재 라인은 '매출을 올릴 기발한 마케팅'이라는 터널 시야에 갇혀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배재고 야구팀은 '상대의 기를 죽여야 한다'는 승부욕에 매몰되었겠죠. 이런 내부 목표에 온 시선을 집중하다 보니, 외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던 겁니다.
사회학자 다이앤 본(Diane Vaughan)은 이를 '일탈의 평범화(Normalization of Deviance)'라고 불렀는데요, 잘못된 행동도 닫힌 조직 내에서 무비판적으로 반복되면 결국 그것이 정상적인 기준으로 굳어진다는 뜻입니다. 섬뜩하기 그지없는 집단적 착각이 바로 일탈의 평범화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수많은 관계자 중에서 "이건 선을 넘은 것 같은데?"라고 찜찜함을 느낀 사람이 과연 단 한 명도 없었을까요? 저는 분명 있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그럼에도 사태가 터진 원인은 조직 분위기에 동조하기 위해 '침묵하기로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다들 괜찮다는데 나 혼자 딴지 걸었다가 유난 떠는 사람으로 찍히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입을 막고, 눈앞에 낭떠러지가 뻔히 보이는데도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 것이죠.
리스크 관리의 방향은 "사전에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미리 정해 놓는다"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최소한의 조치일 뿐입니다. 돌이켜 보면 "문제를 문제라고 알지 못하거나, 문제인 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조직문화에서 엄청난 리스크가 폭발했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문제라고 제기하는 자와 침묵하지 않고 용기내어 발언하는 자들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것 역시 리스크 관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의 조직에서도 스타벅스코리아와 배재고 같은 사태가 터질지 모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