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상대방의 의견과 느낌을 알아내는 수단입니다. 하지만 질문은 타인의 행동에 개입하는 기능도 합니다. 이를 ‘질문–행동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좀더 자세히 말하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묻는 것 자체가 그 행동의 실행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질문자는 미래를 알아보려 했는데,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죠.
심리학자 에릭 스팽겐버그이 헬스장 회원들에게 앞으로 헬스장을 이용할지 예측하도록 요청하자 질문을 받지 않은 집단보다 이후 이용이 늘어나는 효과가 관찰됐습니다. 6개월이라는 기간에 걸쳐 확인된 결과였죠. 운동의 중요성을 길게 설명하는 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예측해 보게 하는 질문이 행동 개입의 핵심이었습니다.
왜 이런 효과가 생길까요? 한 가지 이유는 질문이 평소의 태도를 쉽게 떠오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운동할 계획이 있느냐는 말을 들으면 운동을 좋게 생각하던 마음이 다시 활성화되겠죠? 또 다른 설명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행동’과 ‘그동안 실제로 해온 행동’의 간극을 의식하면서 이를 줄이려는 동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보고서 작성을 계속 미루는 동료가 있다면 '실천 의도'를 질문하는 방식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내일 오전에 보고서의 첫 문단을 써볼 계획인가요?” 여기에는 거창한 각오를 요구하는 말이 없습니다. 대신 내일 할 행동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게 하죠.
회의에서 의견을 내지 못해 늘 아쉬워하는 사람에게도 비슷하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다음 회의에서는 의견을 제시할 계획인가요?” 이처럼 구체적인 행동을 묻거나 그 행동을 쉽게 상상하도록 표현했을 때 변화의 효과가 더 큽니다.
물론 모든 질문이 상대방의 행동과 미래 변화를 보장하는 주문처럼 여겨서는 곤란합니다. 행동을 유도하려고 던진 질문에 상대방이 어깃장을 놓을 수 도 있기 때문이죠. “내일 OO 업무를 시작할 계획인가요?”라고 물었다가 “글쎄요. 이러저러해서 어렵겠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질문이 압박이나 통제로 들릴 수 있으니까요.
다음과 같은 질문은 오히려 어깃장을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이제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어때요?” "왜 아직 시작하지 않았죠?" "제가 제시한 대로 진행할 거죠?" "이번에는 반드시 끝낼 수 있겠죠?"
오늘은 동료 한 명과 주말에 실천하고 싶은 작은 행동에 관해서 질문을 한 번씩 주고받아 보세요. “내일 그 일을 해볼 계획인가요?” 그리고 대답을 들어보세요. 늘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일을 실제로 할지 숙고하는 기회가 될 겁니다. (끝)
*참고논문 Wood, C., Conner, M., Miles, E., Sandberg, T., Taylor, N., Godin, G., & Sheeran, P. (2016). The impact of asking intention or self-prediction questions on subsequent behavior: A meta-analysi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20(3), 245–268. https://doi.org/10.1177/1088868315592334